바닥 면적 7평 남짓의 아담한 복층 오피스텔. 최소 공간에서 최대 수납과 취향을 실현한 이곳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매일 수십만 명의 구독자와 만나는 푸드 크리에이터 잇모어Eatmorre의 무대다. 15년간 요리를 업으로 삼아온 그의 주방은 흔히 생각하는 맥시멀리즘과는 결이 다르다. 타공판을 가득 채운 구리 팬, 줄지어 늘어선 향신료 통, 감각적 빈티지 식기가 밖으로 나와 공간 정체성을 드러낸다. 효율적 ‘감춤’ 대신 아름다운 ‘전시’를 택한 잇모어의 쇼케이스 같은 주방을 들여다보았다.
사는 사람 이야기
푸드 크리에이터 잇모어에게 주방은 일터이자 영감을 얻는 일상 공간이다. 그가 이 집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기능적 동선이 아니라 ‘어떻게 보이느냐’였다. “사람들이 저를 인지하기 시작한 데에는 주방 벽면에 걸린 타공판의 구리 팬이 큰 역할을 했어요. 처음 세팅할 때 영화 속 ‘줄리아 차일드’의 주방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평범한 집을 클래식하게 바꿔줄 저만의 묘책이었죠.”


전문가의 주방을 완성하는 ‘통일감’
이전 집에서 사용하던 흰색 타공판 대신 새로운 보금자리에는 금속 타공판을 배치했다. 그의 소중한 컬렉션인 여러종류의 구리 팬을 걸어두자 한층 전문적 분위기가 완성됐다. 사실 알루미늄처럼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 팬은 무겁고 관리하기 까다롭다. 게다가 산성 물질이 닿거나 시간이 지나면 금세 색이 변해 매번 전용 클리너로 닦아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하지만 그는 이 까다로운 구리 팬을 하나씩 하나씩 50~60개나 모았다.
“자동차를 포기하는 대신 이 구리 팬들을 들였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에이징되며 고유한 멋을 내는 구리 팬을 제 공간의 자산이자 아이덴티티로 삼은 거죠.” 수많은 도구가 밖으로 드러나 있는데도 잇모어의 주방이 어수선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명확한 질서 덕분이다.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인 살림살이는 소재를 기준으로 묶어 보관한다. 주방 아일랜드이자 메인 식탁인 이동식 수납장에는 식기를 소재별로 정리해놓았다. 구리는 구리끼리, 스테인리스는 스테인리스끼리, 유리잔은 유리잔끼리 보기 좋게 모아둔 것. 그의 일관된 분류는 그 자체로 훌륭한 시각적 안정감을 준다.



각양각색의 향신료와 식재료는 규격화한 사출 용기에 옮겨 담아 통일했다. “레스토랑에서 널리 쓰는 표준 사출 용기에 마스킹 테이프로 이름을 적어 라벨링해요. 가정집에서는 흔히 쓰지 않는 방식이라서 그런지 많은 분이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요리 전문가의 느낌을 자아내기에 아주 좋습니다.(웃음)” 그는 보이지 않는 냉장고 안 식재료도 채소는 채소끼리, 소스는 소스끼리 분류하고 같은 밀폐 용기를 사용해 깔끔함을 유지한다.


작은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습관
다이닝·작업·촬영 공간에 반려조 네 마리까지 함께 머무는 이 집에서 아름다운 오픈 수납을 유지하는 비결은 부지런한 습관이다. “집에서 요리도 하고 새도 키우다 보니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사용한 조리 도구는 바로 설거지한 뒤 린넨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즉시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몰아서 하면 힘든 노동이 되지만, 매번 조금씩 바로바로 치우면 힘들지 않거든요.” 결국 잇모어의 주방은 타공판이나 사출 용기 자체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도구를 아끼고 공간을 가꾸는 그의 성실한 일상 루틴이 빚어낸 아름다운 결과물이 아닐까?
최소의 공간, 최대의 전시를 위한 수납 아이템
기능과 심미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잇모어의 실전 디스플레이 노하우. 밖으로 꺼내두어도 그 자체로 인테리어가 되는 아이템 네 가지.




1 일상의 흔적이 오브제가 되는 ‘끼리끼리’ 진열법
찬장이나 서랍 속에 굴러다니기 쉬운 와인 코르크 마개나 높이가 같은 샴페인 잔은 한곳에 모아두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장식품이 된다. 잇모어는 형태나 용도가 같은 물건을 찬장 한편에 ‘끼리끼리’ 모아 배치한다. 하나만 두면 평범한 일상 도구지만, 모아 전시하면 주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근사한 오브제가 되는 수납의 마법이다.
2 최소 공간을 위한 가구 변형, 이동식 조리대
7평의 한정된 공간을 극대화하려고 바퀴가 달린 메인 조리대를 구입해 이동식으로 활용한다. 평소에는 조리대 겸 그릇 수납장으로 쓰고, 필요할 때는 위치를 옮겨 다이닝 테이블이나 촬영용 아일랜드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좁은 집의 수납과 동선 활용에 제격이다.
3 전문가 느낌을 주는 식자재 정리 팁
봉지·병·플라스틱 등 다양한 용기에 담긴 향신료나 식자재는 레스토랑용 사출 용기를 사용하면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규격이 다양해 한눈에 정돈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마스킹 테이프로 라벨링을 더하면 클래식하고 전문적인 주방 분위기가 완성된다.
4 사각지대를 살리는 코너 디스플레이
넓지 않은 복층에서 잘 활용하지 않는 계단 아래 코너도 잇모어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쇼케이스가 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자투리 공간에 작은 구리 냄비를 무심하게 진열해두었다. 자칫 버려지기 쉬운 사각지대까지 감각적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전문가
잇모어 | Eatmorre잇모어
잇모어는 런던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우고 르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 조교로 일한 경력을 지닌 요리사 겸 크리에이터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런던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운 한국 남자의 요리 일기장’이라는 콘셉트로 감각적 레시피와 일상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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