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바닥에 검은색 광폭 마루를 깔았다. 그 위에 유니크한 가구를 매치하고, 과감한 디테일도 레이어링하듯 하나씩 쌓아 올렸다.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씨의 개성 있는 스타일이 묻어나는 이 집은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된 걸까?
사는 사람 이야기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만약 이 집의 거실이 호텔 로비나 응접실처럼 보였다면, 집주인이 의도한 대로 잘 구현되었다는 뜻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 광폭 마루에 무심한 듯 툭툭 놓아둔 올리브 컬러의 줄무늬 벨벳 소파. 소파 뒤쪽의 펜던트 조명등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바닥에 닿을 듯한 아슬아슬한 길이감 때문일 것이다. 베란다 창문의 3분의 1은 전면 거울로 덮여 있다. 이 거울은 슬라이딩 형태인데, 어느 위치에 고정해두는가에 따라 거울 면이 비추는 이미지가 바뀐다.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이곳은 32평형 아파트이자,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씨의 ‘집업실’이다.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시절을 생각하며 집의 공간을 꾸몄습니다. 아파트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자유롭게 생각했어요. 저는 연습과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집에 손님이 자주 오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정집처럼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Livingroom 성민제 씨는 이 집의 거실이 공용 공간처럼 느껴지길 원했다. 마스터 클래스처럼 그가 가르치는 학생이 앞에 나와 악기 연주를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이면 둘러앉아 음악을 감상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고 싶어 했다. 가족이 모이고 TV가 있는 그런 형태의 일반적 거실이 아니었던 것. 하지만 아파트의 기본 틀은 정해져 있고, 무리하게 공사하지 않으면서 생경한 느낌을 줄 방법을 고민한 끝에 슬라이딩 형태의 거울을 배치했다. 커튼보다 앞쪽에 있는 슬라이딩 형태의 전면 거울은 반사된 공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느낌을 준다. 또한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도 얻었다.
마루, 유앤어스(youandus.co.kr)
콜드포그 소파, 모스카펫(moss-carpet.com)
티 테이블, 모스카펫(moss-carpet.com)
펜던트 조명등, 월스와일(worthwhile.kr)
커튼, 패브리코(@fabrico_suji)
투명 실링 팬, 에어블로우(airblow.co.kr)
KITCHEN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에는 반원 형태의 테이블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벤치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거실의 역할이 가변적인 만큼 이 집의 가구 역시 언제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고른 것. 2021년에 지은 아파트인 점을 고려해 주방의 아일랜드 장은 기존 것을 그대로 살렸다. 성민제 씨는 식구가 많지 않고 짐이 거의 없으니 주방의 상부장을 떼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래서 이 집은 과감하게 주방의 상부장을 제거하고, 대신 바깥 뷰를 만끽할 수 있도록 창문을 좀 더 크고 길게 배치했다. 냉장고 옆으로 짜 넣은 책장은 성민제 씨의 주문이 반영된 악보 장이다. 보통의 책보다 키가 큰 악보는 대개 일반 수납장에는 세워 넣지 못하고 항상 눕혀둬야 했는데, 이제는 제대로 보관할 수 있다.
클래식 하프 테이블, 2uc(2nd-universe.co.kr)
X-벤치, 모스카펫(moss-carpet.com)
펜던트 조명등, 메리모카(@_merrymocha)
주방 벽 선반, MMK(museumofmodernkitchen.com)
콘센트 커버, 언커먼하우스(uncommonhouse.co.kr)
스테인리스 티슈 케이스, 구름바이에이치(gbh.kr)

ALPHA ROOM 이 집에는 거실만큼이나 유연한 공간이 또 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알파룸이 바로 그곳. 대부분의 사람은 알파룸을 창고처럼 활용하거나, 확장해 거실을 넓게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집의 알파룸은 회의실, 뒤풀이 장소, 와인룸, 레슨 공간, 상담실, 작업실, 연말 파티 공간 등 수백 가지 역할을 한다. 알파룸은 문을 떼어내고 창문도 냈다. 집 안이지만 집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의도한 것. 또한 상업 공간처럼 연출하기 위해 바닥에는 카펫을 깔고, 벽과 천장에는 합판을 덧대었다. 방 곳곳에 심플한 파이프 형태의 행어도 설치했는데, 실용적이면서 감각적인 디테일이다. 성민제 씨는 이 방의 마감이 독특해서인지 약간의 방음도 되고, 또 여기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울림 정도가 딱 좋다고 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기에 편하다고.
테이블, 비에프디(bacci-bfd.com)
의자, 모스카펫(moss-carpet.com)
블루투스 스피커, 하만카돈(kr.harmankardon.com)
벽 조명등, 아르떼미데(artemide.com)
컬러 스위치, 언커먼하우스(uncommonhouse.co.kr)
콘센트 커버, 언커먼하우스(uncommonhouse.co.kr)
천장 조명등, 디케이룩스(dklux.kr)
BEDROOM 이 집에서 유일하게 문손잡이에 잠금 기능이 있는 곳은 성민제 씨의 사적 공간인 안방이다. 그는 ‘잠만 자는 공간’이라고 소개했지만, 이곳에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디테일이 숨어 있다. 거실과 비교했을 때 안방은 그가 온전히 휴식하는 공간이다. 침대 이외에 다른 가구는 모두 생략, 대신 침대 맞은편 벽에 TV를 매립했다. 파우더룸에는 기존에 있던 화장대 대신 수납장을 짜 넣었고, 연주복을 다린 뒤 걸어둘 수 있도록 천장에 행어를 설치했다. 또한 안방 욕실에는 샤워 부스 대신 건식 사우나를 설치했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생기는 근육통 때문에 사우나는 그에게 필수 요소다.
침대 프레임, 언커먼하우스(uncommonhouse.co.kr)
이불, 핀카(@finca_planet)
펜던트 조명등, 폴크(pholc.se)

studio & hall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방 두 개는 그의 연습실이다. 그는 이곳에서 연습도 하고 레슨도 한다. 피아노가 있어 반주를 맞출 수도 있다. 아파트이기에 더욱 신경 써서 방음을 하고, 소방 시설도 모두 갖춘 상태다. 연습실과 마주 보는 현관문은 버건디 컬러로 연출했다.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는 첫 번째 컬러이면서 이 집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데, 알파룸의 문과 창문 프레임에도 같은 컬러를 적용했다. 현관 바닥은 테라코타 타일로 마감해 한결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뻔하지 않은 마루 컬러와 유니크한 디자인의 가구, 클라이언트의 취향, 유연한 공간 쓰임새, 디자이너의 실용적 디테일 등 모든 것이 층층이 겹쳐 쌓이고 나니 지금의 집이 완성되었다. 성민제 씨처럼 과감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남다른 아파트’를 완성하는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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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소개
이다나 다나홈
2021년부터 이다나 대표가 운영하는 다나홈(@_danahome_)은 구축과 신축을 넘나들며 주거 공간을 주로 작업하고,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리모델링과 홈 스타일링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