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디자이너 심희진의 돌아온 집

사는 사람 이야기

인테리어 디자이너 심희진

이 집의 안주인이자 레노베이션을 진두지휘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심희진은 매거진 화보를 위한 커튼, 침구 등 패브릭을 스타일링하는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다 공간을 다루는 업에도 발을 들였다. 그에게는 요리사의 손맛 같은 타고난 눈맛이 있었다. 동선과 규모에 맞는 공간감을 찾는 본능, 벽과 벽 사이의 적절한 거리감을 파악하는 능력, 이 의자에 어울리는 바로 그 패브릭과 테이블을 찾는 감각 같은 것. 눈맛과 손맛을 모두 겸비한 그는 점차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영역을 넓혔다. 그런 그가 자신의 집에 돌아왔다. 가족이 9년 전 잠시 살다가 떠난 집을 다시 고쳐 정착한 것.

“두 아들의 교육 때문에 다른 동네에서 지내다가 원래 집으로 돌아오게 됐어요. 집이 새로 바뀌면 핸드폰을 어디에 뒀는지를 까먹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헤매기도 하잖아요. 여긴 그 전에 살던 기억이 있어서 다들 자연스러워해요. 고향집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공간은 사람의 행위를 결정한다. 그중에서도 몸이 바로 맞닿는 가구는 가장 직접적 역할을 담당한다. 가구나 공간이 제한적이면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도, 라이프스타일도 단순해지는데, 이 집은 정반대로 적재적소에 다채로운 가구들이 놓여 생활이 풍성하다. 비어 있어야 공간이 숨을 쉰다고 생각했건만, 이곳에는 많은 것이 놓여 있음에도 군더더기 같지 않고 오히려 적절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여기 원형 테이블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건너편 사각 테이블로 옮겨 책을 보고 일하기도 하면서 떠돌아다녀요. 공간마다 앉는 자세도, 하는 행위도 달라져요. 가족들은 특히 이 사각 테이블을 좋아해서 한 사람이 앉고 반대편에 또 한 사람이 앉아서 일하거나 놀면서 각자의 시간으로 한 공간에 있는 그 느낌을 즐깁니다. 자기들끼리 라운지라 부르면서 엄청 좋아해요.(웃음)”

심희진 대표는 요리 유튜브나 베이킹 서적을 봐도 결국에는 그 속의 공간에 눈이 가고, 하루 24시간 내내 집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바꿔볼까, 저렇게 바꿔볼까 즐겁게 상상하면서. 수차례 이사를 하고 집을 옮겼음에도 다음 집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기 바빠서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집에서의 시간, 더 나아가 그속에 투영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가꿔간다.

“집은 나 자체인 것 같아요. 내가 머무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내 얼굴이고 내면인 거죠. 전에 살던 집은 온전히 제집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그 집이 내가 아닌데 사람들이 나라고 오해할까 봐 누군가를 초대하기가 꺼려졌어요.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을 종종 부르곤 해요. 여러 집에서 살았지만 진짜 나라고 느껴지는 집은 이곳인 것 같아요.”

고친 사람 이야기

인테리어 디자이너 심희진

9년 전에는 몰딩을 없애 천장을 깨끗하게 만들거나 벽면을 보강하는 등 기초를 닦았다면, 이번에는 그때 살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고 공간감을 보기 좋게 매만지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가 갖고 있던 수많은 빈티지 가구와 오브제 중에서 꼭 있어야 하는 것만 고르고 골라(마치 밸런스 게임처럼) 배치했다.

단순히 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몬타나 책장에 맞춰 벽을 줄이고, 넓은 복도처럼 애매하게 남는 공간에는 벽을 세운 다음 붙박이장을 집어넣는 식으로 공간을 함께 수정했다. 비례를 맞추기 위해 새로 벽을 만들고 얇은 책장을 구입해 끼워 넣기도 했다. 마감은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흔적이 묻어나는 화이트와 내추럴한 우드 톤을 중심으로 질감만 조금씩 얹었다.

전에 비해 가장 많이 달라진 곳은 거실과 주방이다. 주방에는 베이킹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심희진 대표는 베이킹의 숨은 고수다. 지난 2022년 <행복이 가득한 집> 3월호 부엌 특집에서 베이킹을 위한 주방을 소개하기도 했다), 거실은 여러 존으로 구성을 추가했다. 심희진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물색없이 크기만 하던 공간을 조정하는 시간이었다고.

“가구는 얼마든지 좋은 디자인이 많고 구입하기만 하면 되지만, 집에서 살 수 없는 유일한 곳이 주방이에요. 그래서 주방 디자인을 좋아해요. 어느 일본 베이킹 유튜버의 영상을 봤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 건너 자그마한 오두막에 가서 빵을 만들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서 저도 집이지만 문을 열고 다른 장소에 가듯 쓰기 위해 베이킹을 위한 부스를 따로 마련했어요.”

한 달 동안 공사를 하고 그 이후에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세 차례 더 고쳤지만, 그럼에도 그의 마음속에는 무언가 바꾸고 싶은 것이 남아 있는 듯하다. 이제 끝났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아직 거실 테이블에 둘 의자를 고르고 있다. 집에 어울리는 우드 톤의 의자 네 개를 똑같은 제품으로 사고 싶은데, 마음에 드는 의자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문가 소개

심희진 트위니

인테리어 디자이너 심희진은 매거진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다 가구와 뷰티 브랜드의 리테일 공간, 주거 공간의 인테리어디자인으로 업역을 넓혔다. 현재는 인테리어디자인 트위니의 대표로, 렌털 스튜디오 픽시즈를 함께 운영하며 오래 머무를 따뜻하고 편안한 집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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