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거주자를 닮는 일은 필연적 결과라지만, 윤용식·김단비 부부의 신혼집은 더욱 그러했다. 라이프스타일과 선호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선행되었기 때문. 130㎡ 빌라를 정돈한 이들의 계획을 엿보았다.
사는 사람 이야기
윤용식·김단비 부부
같은 다세대주택이라도 빌라는 아파트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특히 화단과 가까운 1층 세대라면 아파트보다는 오히려 주택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 윤용식·김단비 부부도 그런 집에 살고 있었다.
“작년 봄, 결혼 준비와 함께 신혼집을 고민할 때 장인어른이 세를 주고 있던 집을 흔쾌히 내주셨어요. 아내가 학창 시절 살던 곳이라 하더라고요. 꽤 오래된 집이다 보니 노후 문제가 있어 레노베이션 공사는 당연한 절차였어요. 오래 살 집이니 기초 설비부터 저희가 원하는 디자인까지 다시 손대지 않아도 될 만큼 꼼꼼하게 고치려 했습니다.”
이때부터 남편 윤용식 씨의 철저한 분석과 계획이 시작되었다. 꼼꼼하다는 말은 용식 씨에게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그는 직접 리빙 디자인 분야를 공부하며 미팅 전부터 원하는 집의 모습을 철저히 구상했다. 인테리어 콘셉트는 물론, 각 실을 활용할 방법과 사용하고 싶은 가구와 가전, 이들을 놓을 위치까지 계획한 것이다.

이들의 첫 보금자리는 삼성동의 43평형 빌라. 동마다 작은 마당이 딸린 곳인데, 암묵적으로 1층 세대가 각 집의 앞쪽 영역만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1층 세대에는 마당과 연결된 널찍한 발코니가 있었는데, 윤용식·김단비 부부는 이곳이 이 집의 하이라이트라 생각했다.
“우리나라 집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조잖아요. 양면의 창으로 정원이 내다보이니 넓은 테이블을 두어 다이닝 공간처럼 꾸미겠노라 마음먹었죠. 둘 다 ‘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 구조와 디자인은 피하고 싶었거든요. 매끈하고 깔끔한 것보다는 조금은 러스틱한, 너무 세련된 분위기보다는 오히려 투박한 쪽을 원했어요.”
인테리어업체를 고를 때도 용식 씨의 섬세함은 빛이 났다. 입소문 난 동네 인테리어업체부터 통합 인테리어 서비스 기업, 개인 디자인 스튜디오까지 예산의 제약 없이 폭넓은 후보를 모은 뒤 세 가지 조건에 따라 업체를 추렸다. 먼저 원하는 디자이너 가구 리스트가 있던 상황이기에 디자이너 가구에 익숙한 곳이어야 했으며, 부부가 추구하는 스타일에 부합하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사후 관리에 대한 걱정도 없어야 했다.
세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한 곳은 o!h 스튜디오. 특히 포트폴리오 중 부부가 원하던 집과 거의 유사한 케이스가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노경륜 대표와 미팅 일정을 잡았다.
고친 사람 이야기
인테리어 디자이너 노경륜
부부의 계획을 완성한 건 노경륜 대표의 감각이다. 먼저 마감재로는 원목 마루를 바닥에 깔고 벽에는 도장 질감과 유사한 텍스처의 벽지를 사용했다. 톤온톤으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곳에는 각 실의 역할에 맞게 타일, 제작 및 디자인 가구 등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좌판이 깊고 넓은 라운지형 소파 앞으로 비정형 형태의 이사무 노구치의 커피 테이블을 두고, 주방에는 가장자리를 따라 라인 디테일을 더한 제작 가구와 표면에 굴곡이 있는 작은 타일을 더한 것처럼 말이다.
발코니에는 계획대로 텍타의 M21 다이닝 테이블을 두었다. 마당이 포인트인 만큼 창호를 고를 때도 신경 썼는데, 단열 성능이 좋으면서 정원으로 향하는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창 분할이 최소화된 이중창을 찾았다. 이후 조경업체도 따로 선정해 정원을 꾸몄는데, 이제는 부부는 물론 집에 놀러 온 친지들 모두가 부러워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정원에는 아내 김단비 씨의 유년 시절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집을 처음 장만했을 때 김단비 씨의 아버지께서 식재했다는 소나무가 아직 자라고 있다.

방 세 개는 계획대로 활용했다. 마스터 베드룸을 안방으로, 남은 두 방 중 더 넓고 마당과 맞닿은 곳을 서재로 정했다. 나머지 방 전체를 드레스룸으로 꾸민 건 수납 문제도 있지만, 외출복을 침실까지 가져오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다. 드레스룸으로 사용하기에 여유로운 면적이었기에 치수를 확인해 세탁기가 들어갈 영역까지 설정했다.
부부가 안방에서 가장 만족스럽다고 꼽은 부분은 다름 아닌 화장실. 반쯤 세운 가벽과 마루로 변기와 세면대, 욕조와 샤워 부스가 나뉘어 구성되어 있었는데, 디자인도 독특하지만 많은 요소가 있다 보니 변기와 세면대가 너무 붙어 있었다. 지금은 주방과 비슷한 디자인의 타일과 빈티지한 수전을 사용해 분위기도 바뀌고 실용성도 높아졌다.
노 대표의 추천에 따라 가장 달라진 곳은 서재다. 현관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문의 위치가 중문 바깥으로 밀려난 것.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고 부부는 말한다.
“나중에 이 방을 아이 방으로 쓸 생각이었거든요. 유년기에는 현관과 연결된 위치가 걱정됐고, 나중엔 유리문이라 프라이버시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죠.”
하지만 홈캠, 커튼 등 다양한 보완책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부부는 노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 집의 인상이 한결 시원하게 바뀌었다.
전문가 소개
노경륜 o!h 스튜디오
o!h 스튜디오는 노경륜 대표가 운영하는 실내 인테리어 전문 스튜디오다. 공간 구조와 삶의 방식을 함께 설계하는 데 집중한다. 특정 스타일을 따르기보다 사용자 고유의 생활 방식과 감각에 맞춘 솔루션을 제안한다. 주로 주거 공간을 진행하며, 절제된 미감과 구조적 사고가 돋보이는 작업으로 사용자의 취향을 정교하게 시각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