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클라×사라 플린 캔들 컬렉션

향을 담은 도자

글 백세리

테클라와 협업한 세라믹 캔들 용기를 손에 든 도예가 사라 플린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주간인 9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한남동에서 테클라(teklafabrics.com)와 아일랜드 도예가 사라 플린Sara Flynn의 협업 팝업이 열렸다.

행복플러스

이번에 서울에서 처음 공개한 것은 플린의 유려한 곡선과 조형적 실루엣을 세라믹 용기에 옮긴 테클라의 첫 홈 프레이그런스 컬렉션. 향은 장작불이 남은 사우나를 떠올리게 하는 스모키한 바스타Vasta, 사원에서 피어오르는 향에서 착안한 우디한 ​코도Kōdō, 햇빛 아래 들판을 연상시키는 플로럴한 ​플로르Flore 세 가지로 구성했다. 플린이 직접 형태와 유약을 개발한 세라믹 용기는 포르투갈에서 제작했으며, 캔들을 모두 사용한 뒤에도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다. 작가의 손에서 출발한 도자를 일상의 제품으로 확장하며 테클라가 중요하게 여겨온 소재와 장인 정신, 오래 사용하는 디자인의 가치를 함께 담아냈다. 사라 플린을 만나 컬렉션의 탄생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려한 곡선의 세라믹 용기를 선보인 테클라×사라 플린의 한남동 팝업 전경.
유려한 곡선의 세라믹 용기를 선보인 테클라×사라 플린의 한남동 팝업 전경.

이번 협업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제 커리어에서 처음 해본 협업이었어요. 지금까지는 제 스튜디오에서 하나뿐인 조형적 기물을 만드는 데 집중해왔기 때문에 산업 생산을 전제로 기능적인 오브제를 만드는 일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었죠. 처음 테클라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서로의 작업과 태도를 깊이 들여다봤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특히 처음부터 ‘리필 가능한 용기’가 중요한 조건으로 제시됐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산업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이라도 오래 남지 않는 물건은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캔들을 다 사용한 뒤에도 꽃을 꽂거나 하나의 오브제로 계속 곁에 둘 수 있기를 바랐어요.

용기의 형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했나요?
포르투갈 공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제작 팀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고, 컴퓨터로 형태를 수정하는 담당자와도 밀리미터 단위까지 조율했습니다. 용기의 가장자리 두께나 전체 비례, 확대했을 때 형태가 어떻게 보이는지 하나씩 확인했어요. 손으로 만드는 작업에서는 직관적으로 해결하던 부분을 산업 생산에서는 수치와 공정으로 다시 번역해야 했는데,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새롭고 만족스러웠습니다.

세 가지 컬러는 어떻게 정했나요?
흥미롭게도 컬러는 향에서 출발했어요. 코펜하겐 팀이 각 향에 담고 싶은 기억과 분위기를 이야기했고, 그 향을 맡으며 ‘이 냄새는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지, 그 장면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일지’ 계속 대화를 나눴죠. 향을 색으로 번역한다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심리적 작업이더라고요. 여러 번의 브레인스토밍 끝에 블랙․화이트․뉴트럴 컬러로 좁혀졌고, 우연히도 제가 평소 작업에서 즐겨 사용하는 색과도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컬러를 정한 진짜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각각의 향이었어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컬러와 향은 무엇인가요?
컬러로는 블랙에 가장 끌려요. 제 작업에서도 오랫동안 블랙을 가장 많이 사용해왔는데, 실루엣과 형태를 또렷하게 드러내기 때문이에요. 제게는 형태가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향으로는 코도를 가장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이 특정 색과 향의 조합에 끌릴 수 있지만, 리필할 때는 전혀 다른 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지난겨울에는 이 향을 피웠지만, 이번 계절에는 다른 향을 넣어볼까?” 하고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죠. 그렇게 하나의 용기에 계절과 기억이 계속 쌓이면서 아주 개인적인 오브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