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의 업은 ‘연결하는 일’이다. 의도에 맞는 사물을 고르고, 그에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주는 것. 그렇게 하나둘 사물을 모아 하나의 장면을 완성한다. 서로 연결된 사물은 일상에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에너지를 뿜어낸다. 뷰로 드 끌로디아 문지윤 대표는 공간 연출 디렉터로 활동하며 수많은 연결을 만들어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물에 끝없는 애정과 호기심을 느꼈다. 마음이 가는 물건을 모으고,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장면을 만들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러한 일의 이름을 하나씩 찾아갔고, 그는 스타일리스트, 공간 연출 디렉터 같은 단어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화보 속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던 일은 더 오래 지속하는 전시와 실재하는 공간으로 확장했다. 대상과 규모가 달라져도 임하는 태도는 한결같았다. ‘가상 공간이더라도 실제로 누가 머무는 곳처럼, 나의 공간이라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그러한 태도는 지난 2월 이사한 그의 새집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지윤 대표는 독립 후 3년 동안 살던 첫 집에서 예정에 없던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품고 있던 주택. 그러나 여러 현실적 조건을 마주하며 잠시 꿈을 미뤄두었고, 대신 비로소 자신의 동네라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아파트 단지 안의 다른 집을 택했다. 면적도 같고 배치도 닮은 85m2 아파트. 무엇보다 이전 집에서 가장 사랑하던 숲 풍경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집을 바꾸는 사물들
익숙한 단지에서 집만 옮긴 것이라 일부러 많은 것을 바꾸지 않았다. 에어컨과 TV를 떼어낸 흔적을 정리하려고 거실에 벽지를 바른 것이 전부다. 가구와 작품, 오브제 역시 대부분 사용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 정한 질서에 맞춰 사물이 다시 제자리를 찾은 집은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다.
“지난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디자이너스 초이스〉에 구병준 대표님과 함께하면서 가장 공감한 것이 어떤 집에 사는지보다 그 안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이었어요. 저 역시 예전 집에서 바꿔보고 싶던 생활을 기준점으로 삼았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머무는 장소를 촘촘히 나눈 것이에요. 예전 집에서는 거실에 머무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어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음악도 듣고, 글도 쓰고. 대부분의 일이 거실 테이블에서 이뤄졌죠. 이번에는 느슨하게나마 영역을 구분했어요. 공간의 밀도를 높였다고 할까요. 주방에 다이닝 테이블을 두어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거실의 긴 테이블에서는 글을 쓰거나 숲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가벼운 아침을 먹습니다. 옆에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쓸 낮은 테이블을 하나 놓았어요. 서재에도 책상을 따로 두어 집중하고 싶을 때 찾아가고요.”
서재와 옷방의 역할이 뒤섞여 있던 안방은 침실 기능만 남겼다. 몸에 꼭 맞는 자그마한 침대 하나만 놓은 방은 마음 놓고 쉬는 아늑한 장소가 되었다. 생활 영역이 나뉘면서 사물 역시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집 안 물건은 그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요즘 무엇에 마음을 두는지 보여주는 좌표와도 같다. 언제든 음악과 함께할 수 있도록 방마다 라디오를 두었고, 거실의 낮은 테이블은 지인이 손수 구성해준 오디오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다. 긴 테이블은 숲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놓고, 매일 푸른 자연을 벗 삼아 차를 마신다. 벽장 한가운데 가장 손이 잘 닿는 곳에는 루이지 기리와 요제프 수덱의 사진집을 두었다. 아침이면 수없이 본 사진집을 꺼내 그날 마음이 가는 사진에 오롯이 시선을 기울인다.
문지윤 대표의 집에 놓인 물건은 바라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매일 쓰기 위해 그곳에 존재한다. 그는 좋아하는 물건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오래되어 낡아도 쉽게 버리지 않는다. 거실의 장은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때 청송백자 전시를 위해 만든 가구이고, 서재의 까만 수납장은 전시를 위해 무등산에도 다녀왔다. 한번 인연을 맺은 물건은 오래 곁에 두고 함께 시간을 쌓아간다. “혼자 집에 있을 때도 화보를 찍듯 살아요. 차 도구를 볼 때면 ‘이 분청에는 이 잔과 숙우가 괜찮나’ 생각해보고,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고 함께 놓아보면서 사진을 찍어보기도 해요. 누가 일을 맡겨서 하는 것도, 당장 쓰임이 있어서도 아니지만, 그냥 해보는 거예요. 습관처럼, 취미처럼.”



그가 사물의 자리를 계속 바꾸는 이유는 그 자체가 즐겁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오래 좋아하고 싶어서다. 익숙함에 자칫 그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저에게 물을 마시듯 자연스럽지만, 그 시간이 너무 즐겁다는 생각까지 당연해지고 싶지는 않아요. 집도 마찬가지였어요. 아파트에 살면서 편해지고 적응했는데, 비슷하지만 새로운 공간으로 옮기니 원래 갖고 있던 삶과 도구들이 또 새롭게 느껴져요. 좋아하는 것을 매만지면서 음미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집을 나서며 그의 공간이 아름답던 순간을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좋아하는 것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가꾸는 마음, 매일 보는 사진집도 애호하며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 커피 한 잔에 어울리는 초콜릿을 곁들여 정성스럽게 내어주는 마음. 아름다운 집을 만들고 싶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런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태도는 지난 2월 이사한 그의 새집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지윤 대표는 독립 후 3년 동안 살던 첫 집에서 예정에 없던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품고 있던 주택. 그러나 여러 현실적 조건을 마주하며 잠시 꿈을 미뤄두었고, 대신 비로소 자신의 동네라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아파트 단지 안의 다른 집을 택했다. 면적도 같고 배치도 닮은 85m2 아파트. 무엇보다 이전 집에서 가장 사랑하던 숲 풍경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전문가
문지윤 | 뷰로 드 끌로디아
문지윤은 뷰로 드 끌로디아 대표로 공간 연출과 스타일링, 전시를 기획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2025년 10월, 운경고택에서 열흘간 진행한 전시를 기획, 개인의 내밀한 서랍 속 이야기를 다시 발견하고 성찰하는 시간을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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